Signito
블로그

보안 메신저를 고르는 다섯 가지 기준

  • 보안 메신저
  • 메신저 선택

메신저를 바꾸려고 찾아보면 다들 안전하다고 한다. 암호화한다고 쓰여 있고 개인정보를 소중히 여긴다고 쓰여 있다. 문구만 봐서는 구별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다섯 가지만 물어보면 대체로 갈린다. 다섯 질문의 공통점이 있다. 회사가 무엇을 약속하는지가 아니라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묻는다는 것이다. 약속은 사람이 바뀌면 바뀌지만 구조는 그렇지 않다.

열쇠가 어디 있는가

암호화한다는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열쇠를 누가 갖고 있느냐가 전부다. 열쇠가 서버에 있으면 그 서버에 손댈 수 있는 사람은 대화를 읽을 수 있다. 회사 직원일 수도 있고 침입자일 수도 있다.

확인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비밀번호를 잊었을 때 회사가 대화를 되찾아 준다고 적혀 있으면 회사가 열쇠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열쇠가 기기에만 있는 서비스는 되찾아 줄 수가 없어서 못 도와준다고 미리 말한다.

가입에 무엇을 요구하는가

전화번호는 본인 인증을 거쳐 발급되므로 사실상 실명이다. 전화번호로 가입하는 서비스는 계정과 사람을 처음부터 묶어 둔다. 연락처 접근 권한을 요구하는지도 함께 본다. 주소록을 올리면 내가 누구를 아는지까지 서버가 알게 된다.

가입 화면에 전화번호 칸이 없고 연락처 권한을 묻지 않는다면 그 뒤의 이야기는 좀 더 믿을 만하다.

지우면 정말 지워지는가

삭제 버튼이 있다고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메시지 한 통이 몇 군데에 복사되어 있는지에 따라 삭제의 뜻이 달라진다. 기기마다 사본이 있으면 삭제는 상대 기기에 보내는 요청이고 요청은 거절되거나 늦을 수 있다.

나만 삭제와 모두에게서 삭제가 나뉘어 있다면 사본이 여럿이라는 뜻이다. 사본이 하나뿐인 구조에서는 나눌 이유가 없다. 기한이 지나면 알아서 사라지는 설정이 있는지도 함께 본다.

무엇을 얼마나 보관한다고 적어 두었는가

개인정보처리방침을 열어 수집 항목을 본다. 좋은 신호는 목록이 구체적인 것이다. 무엇을 받고 무엇은 받지 않는지가 항목별로 적혀 있으면 적어도 숨기지는 않는 것이다. 두루뭉술하면 그만큼 넓게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읽어도 된다.

보관 기간에 숫자가 있는지도 본다. 며칠이라고 적혀 있으면 지운다는 약속을 숫자로 한 것이고 관계 법령에 따른다고만 적혀 있으면 오래 둔다는 뜻에 가깝다. 접속 기록 항목을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못 하는 것을 밝히는가

마지막 기준이 가장 쓸모 있다. 안 되는 것을 적어 둔 서비스가 되는 것도 정확하게 말한다.

암호화가 막지 못하는 자리는 어디에나 있다. 상대가 화면을 캡처하는 것 잠금이 풀린 폰을 빼앗기는 것 통화를 직접 연결로 맺는 것이 그렇다. 이걸 적어 두지 않고 완벽하다고만 하는 쪽은 둘 중 하나다. 모르거나 숨기는 것이다.

다섯 질문과 답의 모양. 왼쪽은 구조를 말하고 오른쪽은 약속을 말한다. 약속은 회사 사정이 바뀌면 따라 바뀌지만 구조는 바꾸려면 서비스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 기준에서 어디에 있나

기준을 세웠으니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맞다.

시그니토(Signito)는 열쇠를 기기에만 둔다.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받지 않고 연락처 권한도 요구하지 않는다. 대화를 기기에 저장하지 않아 지우면 서버의 암호화된 원본 하나가 사라진다. 디도스처럼 비정상적인 요청을 막으려면 IP 주소가 필요한데 그것을 계정과 엮지 않고 처리하며 길어야 7일 안에 지운다.

다섯 번째 기준은 스스로에게 적용해야 의미가 있다. 우리가 못 하는 것은 이렇다.

  • 음성통화가 없다. 직접 연결로 붙이면 통화 상대에게 주소가 드러나고 중계로 돌리면 비용과 품질을 내줘야 해서 아직 넣지 않았다.
  • 새 기기에서는 지난 대화를 볼 수 없다. 열쇠가 기기마다 따로 만들어져서 폰을 바꾸면 그때부터의 대화만 보인다.
  • 비밀번호를 잊으면 되찾아 줄 수 없다. 복구코드를 가입할 때 한 번 보여주고 그것을 잃으면 방법이 없다.

셋 다 구조에서 나온 결과라 고치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숨기는 대신 적어 둔다.

자주 묻는 질문

다섯 가지를 다 만족하는 메신저를 써야 하나요

쓰는 목적에 따라 다르다. 일상 대화라면 두세 가지만 맞아도 충분하고 민감한 대화가 오간다면 다섯 가지를 다 보는 편이 낫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지 알고 쓰는 것이다.

유명한 서비스면 더 안전하지 않나요

이용자가 많다는 것과 구조가 안전하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오히려 이용자가 많으면 노리는 쪽에도 값이 커진다. 다섯 질문은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답이 나온다.

오픈소스면 믿을 수 있나요

코드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신호다. 다만 공개된 코드와 실제로 돌아가는 서버가 같다는 보장은 따로 필요하다. 오픈소스 여부보다 열쇠가 어디 있는지가 먼저다.

지금 쓰는 메신저를 꼭 바꿔야 하나요

바꾸지 않아도 된다. 대화마다 필요한 수준이 다르니 민감한 이야기만 다른 곳에서 하는 것도 방법이다. 설정을 손보는 것만으로도 지금 쓰는 곳에서 꽤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