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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와이파이에서 메신저를 써도 될까

  • 공공 와이파이
  • 보안 메신저

카페나 공항 와이파이에 붙을 때 한 번쯤 망설이게 된다. 여기서 대화하면 새는 걸까. 검색해 보면 위험하다는 글이 많이 나오는데 상당수는 꽤 오래전에 쓰인 것들이다.

그 사이에 달라진 것이 있고 그대로인 것이 있다. 나눠서 보면 무엇을 신경 쓰고 무엇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지가 분명해진다.

예전에 위험했던 이유

십여 년 전에는 인터넷을 오가는 내용이 대부분 잠기지 않은 채로 다녔다. 같은 와이파이에 앉아 있으면 옆 사람이 보는 웹페이지를 그대로 읽을 수 있었고 로그인할 때 입력한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도구도 어렵지 않았다.

공공 와이파이를 쓰지 말라는 조언은 이 시절에 만들어졌다. 그때는 맞는 말이었다.

지금은 대부분 잠겨 있다

그 뒤로 웹은 통째로 바뀌었다. 주소창에 자물쇠가 붙는 https가 기본이 되면서 내 기기와 서버 사이를 오가는 내용이 잠긴 채로 다닌다. 같은 와이파이를 쓰더라도 잠긴 상자만 보인다.

메신저는 여기에 한 겹이 더 있다. 메시지는 보내는 기기에서 한 번 더 잠기고 받는 기기에서만 풀린다. 전송 구간이 뚫린다 해도 그 안에 든 것은 여전히 암호문이다.

그래도 드러나는 것

내용이 안 보인다는 것과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것은 다르다. 여기서는 누가 보는지를 먼저 갈라야 한다.

옆자리에 앉은 다른 손님은 사실 볼 것이 거의 없다. 오가는 것이 잠겨 있어서 읽지 못한다. 정작 다른 쪽은 망을 운영하는 쪽이다. 모든 통신이 그 장비를 지나가므로 내 기기가 어디로 연결하는지를 전부 본다. 공공 와이파이에서 신경 써야 할 상대는 옆자리가 아니라 망을 쥔 쪽이다.

내용이 잠겨 있는데 목적지는 어떻게 드러날까. 잠그기 전에 어느 서버와 이야기할지부터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소를 찾는 질문과 연결을 여는 첫 인사에 상대 서버의 이름이 그대로 실려 나간다. 요즘은 이 부분까지 가리는 방식이 조금씩 퍼지고 있지만 아직 어디서나 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연결하는 상대의 주소 자체는 어떤 방법으로도 가릴 수 없다. 편지를 아무리 단단히 밀봉해도 봉투 겉면은 배달을 위해 읽혀야 하는 것과 같다.

언제 얼마나 오래 썼는지와 데이터를 얼마나 주고받았는지도 남는다. 메신저는 알림을 받으려고 연결을 계속 붙들고 있어서 대화하지 않는 동안에도 접속해 있다는 사실이 보인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저녁 내내 어떤 메신저를 붙들고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내용이 아니라 겉에 붙는 정보가 여기서도 남는 셈이다.

위의 두 줄은 달라졌고 아래 두 줄은 그대로다. 같은 와이파이에 있는 사람은 이제 내용을 읽지 못하지만 내가 무엇에 접속해 얼마나 썼는지는 여전히 볼 수 있다.

가짜 와이파이에 붙었다면

이름을 비슷하게 지어 둔 와이파이에 잘못 붙는 경우가 있다. 카페 이름을 그대로 쓴 것이 옆에 하나 더 있는 식이다. 붙는 순간 그 사람이 내 통신의 길목에 서게 된다.

그래도 대화는 읽히지 않는다. 길목에 선 사람이 전송 구간의 잠금을 어떻게든 통과했다고 해도 그 안에서 나오는 것은 또 잠긴 메시지다. 이 잠금은 서버도 열지 못하는 것이라 중간에 낀 사람은 더더욱 열지 못한다. 서버를 믿지 않아도 되게 만든 구조가 여기서 그대로 값을 한다.

물론 메신저 밖의 일은 별개다. 가장 흔한 함정은 와이파이에 붙자마자 뜨는 동의 화면이다. 그 페이지는 망을 운영하는 쪽이 띄우는 것이라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보여줄 수 있다. 거기서 계정 정보나 카드번호를 넣으라고 한다면 와이파이가 뚫린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걸 노린 것이다. 잠기지 않은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안전하지 않다는 인증서 경고를 눌러 넘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VPN은 무엇을 바꾸나

공공 와이파이 이야기에는 VPN이 늘 따라온다. 오해가 하나 있다. VPN이 대화를 더 잠가 주지는 않는다. 메시지는 이미 잠겨 있고 VPN을 켠다고 한 겹이 더 생기지 않는다.

VPN이 하는 일은 보는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내가 어디에 접속하는지를 카페 와이파이 대신 VPN 사업자가 보게 된다. 그러니 이득이 되려면 조건이 하나 붙는다. 그 VPN 사업자를 카페 주인보다 더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무료 VPN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항상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무엇을 조심하나

  • 어깨너머가 더 위험하다. 카페에서 대화가 새는 가장 흔한 경로는 네트워크가 아니라 뒷자리 사람의 눈이다. 화면 잠금과 알림 미리보기를 정리해 두는 편이 훨씬 효과가 크다.
  • 자동 연결을 꺼 둔다. 한 번 붙은 와이파이 이름에 자동으로 다시 붙는 설정이 켜져 있으면 같은 이름을 쓴 가짜에도 조용히 붙는다.
  • 인증서 경고는 무시하지 않는다. 안전하지 않다는 안내가 뜨면 그 자리에서 멈춘다.

자주 묻는 질문

공공 와이파이에서 메신저를 써도 되나요

써도 된다. 종단간 암호화된 메신저라면 같은 와이파이에 있는 사람이 대화를 읽지 못한다. 다만 어떤 서비스에 접속하는지는 가려지지 않는다.

그럼 VPN을 켜는 게 좋나요

대화 내용만 놓고 보면 달라지는 것이 없다. 어디에 접속하는지를 와이파이 제공자에게 감추고 싶을 때만 의미가 있고 그때도 VPN 사업자를 대신 믿게 되는 것이다.

카페 와이파이에서 사진을 보내도 되나요

된다. 사진과 파일도 메시지와 같은 방식으로 잠겨서 올라가기 때문에 중간에서는 암호문 덩어리로만 보인다.

해외에서 공용 와이파이를 쓸 때도 같은가요

같다. 다만 나라에 따라 특정 서비스로의 연결 자체를 막는 경우가 있다. 이건 내용이 새는 문제가 아니라 접속이 안 되는 문제라 성격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