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쓰는 메신저는 누가 볼 수 있나
회사 노트북으로 개인 메신저를 켜도 되는지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사내 메신저에 적은 말이 어디까지 남는지도 마찬가지다.
이 질문은 보통 하나로 뭉쳐서 던져지는데 실제로는 답이 세 군데에서 따로 정해진다. 나눠서 보면 무엇이 걱정할 일이고 무엇이 아닌지가 갈린다.
여기서는 기술적으로 무엇이 가능한지만 다룬다. 회사가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는 법과 취업규칙의 문제이고 이 글이 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볼 수 있는 자리는 세 군데다
기기와 계정과 서버다. 세 층은 서로 독립이라 하나가 잠겨 있어도 다른 하나가 열려 있으면 그쪽으로 새어 나간다.
순서도 중요하다. 아래층이 뚫리면 위층에서 무엇을 하든 소용이 없다. 그래서 가장 먼저 볼 것은 서버가 아니라 기기다.
기기 — 회사가 준 것이면 여기서 끝난다
회사가 지급한 노트북이나 휴대폰에 관리 소프트웨어가 깔려 있는 일은 드물지 않다. 자산을 관리하고 분실에 대비하는 정상적인 도구다. 다만 그 도구는 기기를 깊이 통제할 수 있고 어느 깊이까지 쓸지는 회사가 정한다.
관리하는 기기에는 회사가 만든 인증서를 심어 둘 수도 있다. 그러면 그 기기가 회사 망으로 주고받는 내용을 회사가 풀어서 볼 수 있다. 자물쇠가 붙은 주소라도 마찬가지다.
메신저는 여기서 한 겹을 더 견딘다. 전송 구간을 풀어도 그 안에서 나오는 것은 또 잠긴 메시지이고 이 잠금은 서버도 열지 못한다. 서버를 믿지 않아도 되게 만든 구조가 회사 망에서도 그대로 값을 한다.
진짜 문제는 화면이다. 메시지는 화면에 뜨는 순간 사람이 읽는 글자가 된다. 종단간 암호화는 보내는 기기와 받는 기기 사이를 지키는 장치이지 화면 앞을 지키는 장치가 아니다. 여기가 열리면 아래에서 무엇을 잠가 두었든 뜻을 잃는다.
앱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시그니토(Signito)는 안드로이드에서 스크린샷과 화면 녹화를 앱 전체에서 막고 최근 앱 목록의 미리보기는 양쪽 다 가린다. 그래도 기기 자체를 쥔 쪽을 앱 하나가 막아 낼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층의 답은 기술이 아니다. 사적인 대화는 개인 기기에서 한다.
계정 — 회사가 만들어 준 계정인가
업무용 메신저에 관리자 화면이 붙는 것은 그 메신저가 유독 허술해서가 아니다. 계정을 회사가 발급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만든 계정은 회사가 되찾을 수 있고 되찾으면 그 계정으로 오간 것도 함께 따라온다. 퇴사자의 계정을 넘겨받는 기능은 업무용 도구에서 흔하다.
관리자가 보는 것이 대화 내용뿐인 것도 아니다. 누가 누구와 언제 이야기했는지는 내용을 열지 않아도 남는다. 조직 안에서 누가 누구와 가까운지는 그 기록만으로 충분히 그려진다.
퇴사하면 계정은 회사로 돌아간다. 거기 쌓인 것도 함께 돌아간다.
개인 계정에는 이 고리가 없다. 시그니토는 가입할 때 전화번호도 이메일도 받지 않는다. 회사가 발급해 줄 것이 애초에 없으니 되찾을 것도 없다.
여러 사람이 팀으로 묶이면 어떻게 되는지는 따로 정리해 두었다. 요약하면 팀 관리자에게 생기는 권한은 기한을 줄이고 멤버를 내보내는 데서 끝나고 대화를 읽는 쪽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서버 — 읽을 수 있게 지었는가
세 번째 층은 서비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느냐다. 서버가 열쇠를 갖고 있지 않으면 회사가 서비스를 만든 쪽에 요청하더라도 내줄 내용이 없다. 정책이 아니라 구조라서 요청이 얼마나 강한지와 무관하다.
여기에 하나가 더 얹힌다. 회사 망을 쓰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어떤 서비스에 접속했는지는 보인다. 근무 중에 어떤 앱을 오래 켜 두었는지 정도는 드러난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나
- 회사 기기와 개인 대화를 섞지 않는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크게 듣는다. 위의 두 층을 아무리 정리해도 이 한 줄을 놓치면 남는 것이 없다.
- 업무 이야기는 회사가 정한 도구로 한다. 기록이 남아야 서로를 지켜 주는 대화가 있다. 감추려고 개인 메신저로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를 만든다.
- 개인 기기에서도 화면 잠금과 알림을 정리한다. 사무실에서 가장 흔한 유출 경로는 네트워크가 아니라 책상 위에 펼쳐 둔 화면이다. 설정 점검 목록에 정리해 두었다.
자주 묻는 질문
회사가 제 개인 메신저 대화를 볼 수 있나요
회사 기기에서 쓴다면 화면에 뜬 것이 보일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개인 기기에서 개인 계정으로 쓴다면 대화 내용에 닿을 방법이 없다. 종단간 암호화된 메신저는 서비스를 만든 쪽에 요청하더라도 내줄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 와이파이를 쓰면 대화가 보이나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어떤 서비스에 접속했고 언제 얼마나 썼는지는 망을 운영하는 쪽에 보인다. 이건 메신저의 문제가 아니라 네트워크의 성질이다.
사내 메신저에 쓴 말은 지워도 남나요
그 도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달렸다. 관리자 화면에서 대화를 내보낼 수 있는 구조라면 내가 지우기 전에 이미 나가 있을 수 있다. 회사가 발급한 계정으로 쓰는 도구는 대체로 이 구조다.
회사 노트북에서 개인 메신저를 웹으로 쓰면 괜찮나요
기기가 같으면 결과도 같다. 화면에 뜨는 것은 웹이든 앱이든 마찬가지이고 브라우저에 남는 흔적이 하나 더 는다.